안녕하세요, 자연과한의원 동탄점 원장 김지현입니다.
"위고비 맞는 중인데 회식에서 술을 마셔도 되나요?"
"주사 맞고 나서 술이 예전처럼 안 당기는데 정상인가요?"
"마운자로 맞는 날 저녁에 한잔했더니 다음 날 너무 힘들었어요."
GLP-1 계열 주사(세마글루타이드·티르제파타이드)를 사용 중인 분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묻는 질문이 술입니다. 추석 연휴와 연말 모임을 앞두고 특히 많아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허가사항에서 음주를 절대 금지하지는 않지만 '평소보다 훨씬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오늘은 GLP-1 주사와 술의 관계를 근거 중심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GLP-1 주사를 맞으면 술이 덜 당기는 게 사실일까?
여러 연구에서 그런 경향이 관찰됩니다. 2023년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는 비만(BMI 30 이상)이면서 술을 마시는 153명을 조사했는데, 세마글루타이드나 티르제파타이드를 30일 이상 사용한 그룹은 사용 전과 비교해서도, 약을 쓰지 않는 대조군과 비교해서도 음주량·한 번에 마시는 잔 수·폭음 빈도가 유의하게 낮았습니다. 2025년 JAMA Psychiatry에 발표된 무작위 대조시험(알코올 사용 장애 성인 48명, 9주)에서는 저용량 세마글루타이드가 음주 갈망과 '마시는 날의 잔 수'를 줄였습니다. 다만 이 시험은 규모가 작고 비만 치료 용량보다 낮은 용량을 썼으므로, "주사를 맞으면 술이 저절로 끊긴다"로 해석하면 안 됩니다. 뇌의 보상 회로에 작용해 음식뿐 아니라 술에 대한 갈망도 일부 줄이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왜 술을 조심해야 할까?
덜 당긴다는 것과 마셔도 괜찮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
- 위장 부작용이 겹친다 — GLP-1 주사는 위 배출을 늦춰 메스꺼움·구토·복부 팽만이 흔한 부작용입니다. 술은 위 점막을 자극하고 그 자체로 메스꺼움을 유발하므로 두 가지가 합쳐지면 증상이 훨씬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한잔 했는데 밤새 토했다"는 호소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 저혈당 위험 — 술은 간의 포도당 생성을 억제합니다. GLP-1 단독으로는 저혈당이 드물지만, 당뇨병으로 설포닐우레아나 인슐린을 함께 쓰는 분이 공복에 술을 마시면 저혈당 위험이 뚜렷이 올라갑니다. 어지러움·식은땀·손 떨림이 있으면 즉시 당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 췌장염 위험 요인이 겹친다 — 2024년 Obesity Pillars에 실린 종합 문헌고찰은 GLP-1 계열 약물의 드물지만 심각한 이상반응으로 급성 췌장염과 담낭 질환을 꼽았습니다. 과음은 그 자체로 췌장염의 대표적 원인이기 때문에 두 위험 요인을 동시에 안는 셈이 됩니다. 상복부에 등으로 뻗치는 극심한 통증이 생기면 응급 진료가 필요합니다.
- 탈수와 취기 — 주사 사용 중에는 식사량과 수분 섭취가 줄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빈속에 마시면 취기가 빨리 오르고 탈수도 심해집니다.
주사 맞는 날 술을 마셔도 될까?
주사 당일과 다음 날은 피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주 1회 제형이라 혈중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투여 직후와 용량을 올린 첫 1~2주는 위장 증상이 가장 심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의 음주는 메스꺼움과 구토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용량 증량 직후라면 그 주는 술자리를 건너뛰는 것을 권합니다. GLP-1 주사의 부작용 전반은 위고비 부작용, 어디까지 알고 계세요?와 마운자로 부작용,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마신다면 어떻게 마셔야 할까?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자리라면 아래 기준을 지키시면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 빈속 금지 —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고 마십니다. 저혈당과 위 자극을 동시에 줄이는 방법입니다.
- 잔 수를 먼저 정한다 — 1~2잔으로 상한을 정하고 시작합니다. 갈망이 줄어 있어 예전보다 지키기 쉬운 편입니다.
- 물을 같이 마신다 — 술 한 잔에 물 한 잔. 탈수와 다음 날 위장 증상을 줄입니다.
- 도수 높은 술과 탄산 조합은 피한다 — 위 자극과 팽만감이 심해집니다.
- 당뇨약 병용 중이라면 처방 의사와 미리 상의 — 저혈당 대비법과 약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술 자체가 다이어트에 미치는 영향은?
주사와 별개로, 술은 열량이 높고(알코올 1g당 7kcal) 안주 섭취를 늘리며 수면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약으로 식욕을 줄여 놓은 상태에서 술로 열량과 안주를 더하면 감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과 체중의 관계 전반은 다이어트 중 술, 완전히 끊어야 할까요?에서 다뤘습니다.
무알코올 맥주나 저도수 술은 괜찮을까?
알코올 자체의 위험은 줄지만 '열량'과 '위 자극'은 남습니다. 무알코올 맥주도 당류와 열량이 있고, 탄산은 위 팽만감을 키워 주사 사용 중 더부룩함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저도수 술은 도수가 낮은 만큼 양이 늘기 쉬워 총 알코올 섭취가 오히려 많아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술의 종류를 바꾸는 것보다 잔 수와 빈속 여부를 관리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회식 자리에서 잔을 채워 두고 입만 대는 방식도 실제로 많이 쓰는 방법입니다.
주사를 중단한 뒤에는 어떻게 될까?
약이 빠지면 술에 대한 갈망도 대체로 이전 수준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주사 사용 기간에 '술을 줄인 생활'을 습관으로 굳혀 두는 것이 중단 이후 체중 유지에 중요합니다. 주사 사용 중이든 중단 후든, 식욕과 음주 패턴을 함께 점검하면서 관리 방향을 세워야 합니다.
저희 진료실에서는 GLP-1 주사를 사용 중이거나 중단한 분들도 인바디 측정으로 근육량과 체지방 변화를 확인하고, 식사·음주·수면 패턴을 문진한 뒤 현재 상태에 맞는 관리 방향을 함께 설계합니다. 체중·체성분 관리 방법에는 생활습관 조절, 운동, 한의학적 접근 등이 있으며, 각각 특성이 다르므로 개인에게 적합한 방향은 전문가와 상의해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주사를 맞는 동안 술이 덜 당기는 것은 이 시기를 '술을 줄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부작용을 피하면서 그 습관을 굳혀 두면 주사를 끊은 뒤에도 남는 자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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